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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의 한계와 반지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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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퍄노순댕 2025. 6. 3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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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 분열은 신앙의 혼란과 불신을 불러왔다

개신교는 태생부터 분열을 내포한 종교다. 종교개혁 이후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기치 아래 출발했지만, 결국 ‘누가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두고 끝없는 분파가 생겨났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개신교 교단 수는 약 47,300개에 이르고, 2050년에는 64,000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신자 수 증가보다 빠른 속도의 분열이며, 그 자체가 개신교의 구조적 한계임을 방증한다. 교단이 너무 많아 수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은 신앙의 진정성과 교회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교단마다 ‘우리가 정통’이라 주장하지만, 예배 형식부터 교리까지 제각각이다. 길 하나 건너 서로 다른 복음을 외친다. 그 결과 신자들은 혼란에 빠지고, 외부인은 개신교의 일관성과 진정성 자체를 의심한다. 이단 시비, 교회 간 비방, 교권 다툼은 이미 상시화되었으며, 이는 성경이 말하는 사랑과 하나 됨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다. 한국 장로교만 보더라도, 해방 이후 교권과 교리 해석을 둘러싼 갈등으로 수차례 분열을 겪었고, 그 결과 수많은 군소 교단이 생겨났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연합감리교회는 동성애를 둘러싼 입장 차이로 대규모 분리를 겪었고, 수천 개 교회가 이탈해 새 교단을 만들었다. 이러한 분열은 단지 구조조정이 아니다. 신자들에게는 배신과 상실감을 안기고, 교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정타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교회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다. 2023년 조사에서 “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21%에 불과했고, 74%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교리적 분열은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니라, 대사회적 신뢰 추락을 초래하는 중대한 위협이다. 이대로 가면 개신교회는 존립 기반 자체를 잃게 된다.


반지성주의는 신앙을 왜곡시키고 교회를 고립시킨다

개신교 내부에 뿌리 깊은 또 하나의 문제는 반지성주의다. 일부 교회는 “생각하지 말고 믿어라”는 식의 태도를 조장하고, 합리적 사고와 비판적 질문을 죄악시한다. 맹신과 복종만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신자들은 지적 성장을 가로막힌 채 교리에 갇히고 만다.

한국 교회는 초기부터 문자주의와 근본주의의 영향을 받아 이성을 배제해 왔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신학적 질문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교회 곳곳에 자리 잡았다. 깊이 있는 공부는 “너무 학문적이다”라는 비난을 받고, 질문하는 신자는 “믿음이 약하다”는 낙인이 찍힌다. 그 결과, 지적인 갈증을 느끼는 신자들은 교회를 떠나고, 교회는 더 폐쇄적이고 고립된 집단으로 전락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반지성주의는 목회자 권위에 대한 맹목적 복종을 조장하며,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온상이 된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일부 보수 교회는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정부를 향해 “생화학전쟁 중”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퍼뜨리며 집단 감염을 유발했다. 이쯤 되면 종교라기보다 광신 집단에 가깝다.

이러한 반지성주의는 교회 공동체를 병들게 하고,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며, 개신교 전체의 신뢰도까지 갉아먹는다. 극단적 혐오와 정치 결탁까지 나아간 일부 교회는 더 이상 종교의 이름으로 용납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교회의 존속 가능성, 이제는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교리 분열과 반지성주의. 이 두 가지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개신교회의 본질적 결함이다. 하나는 내부를 끊임없이 갈라놓고, 다른 하나는 외부와의 연결을 끊는다. 이대로라면 개신교는 내부 붕괴와 외부 고립이라는 이중 파국을 피할 수 없다.

청년층의 교회 이탈, 교세 감소, 추락한 도덕적 권위는 이미 현실이다. 남은 신자들조차 서로 갈라지며, 교회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다. 과연 지금의 교회가 미래 세대에게 어떤 신뢰를 줄 수 있는가? 그 답은 냉혹하다. 변화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스스로를 파괴할 것이다.

한 목회자의 말처럼, “사유하지 않는 교회는 자멸할 수밖에 없다.” 진실이다. 맹신과 폐쇄로 버티려는 교회는 더 이상 종교가 아니다. 지금 개신교가 직면한 이 위기는 단순한 쇠퇴가 아니다. 자기 혁신에 실패한 결과이며, 종교로서의 본질을 상실한 자초된 몰락이다.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분열과 반지성이라는 치명적 구조를 직시하고 개혁하지 못하면, 개신교는 결국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